미숙아 육아일기

세째 미숙아 출산기

해피위시 2013. 12. 31. 12:23

"현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한 문구이다...

이 느낌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정말 상상도 못했다...ㅠㅠ


평상시처럼 일하고 평상시처럼 집에와서 애들 보고 잠을 청했는데,

한참 꿈을 꾸고 일어나니 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마침 면회시간이라 신랑이 들어오는것을 볼 수 있었고,,

급하게 내가 경기를 일으켜 쓰러져서 27주된 아기를 급하게 제왕절개해서 꺼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이건 무슨 말...?

그동안 3일이나 지나 있었고 의식이 돌아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다행히 의사선생님의 빠른 판단과 치료로 아기도 나도 둘 다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첨에는 둘 다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단다)

중환자실에서 5일있다가 6일째 되는 날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일반병실로 옮기고 나자 나의 이른둥이 세째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신생아 중환자실.....1.01kg의 작디작은 아기가 내 아기란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있는 한 주먹밖에 되지 않는 내 아기를 보고서야 그제서야 사태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애가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왜 나는 이렇게 부실해서 애꿎은 내 아기에게 짐을 지우나......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일이 생기는 걸까..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가길 몇번,,몇백번이고 자꾸 반복적으로 되풀이 된다....불쌍한 내 아기....


모든 아기에게 다 그렇겠지만, 특히 미숙아에게 모유는 먼역성분을 더 강화시키는 아주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했고 신생아실에서도 모유를

짜오라고 했다...하지만,,,,,,나의 현실은,,,,나에게 쓰는 약이 너무 독해서 아기에게 좋지않으니 약먹는 동안은 먹이지 않는것이 좋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었다.....그래도 약을 끊으면 먹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젖이 마르지 않도록 부지런히 짜서 버렸더니 젖이 생각보다

빨리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때 청천벽력과도 같은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일년동안은 약을 먹어야 하니 그냥 모유수유는 포기하라는

것이었다......모유수유라도 하겠다고 버팅겨왔던 정신력이 그순간 툭하고 끊어져 버렸고.....내가 죽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과 남아있는 아이들이

엄마없이 자랄수도 있다는 생각...세째를 부실하게 태어나게 한 죄책감....사랑하는 남편을 두번다시 못봤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등등이 겹치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며칠동안 그런 생각만 하기만해도 눈물이 줄줄 나왔다..산후 우울증.....이 온것이다..


앞으로 내가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겠기에 의사선생님과 상담해서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많이 많들어 줘야 겠기에....


나는 입원한지 보름만에 퇴원하고 이제 통원치료만 1년정도 하면 되지만, 우리 세째는 예정일인 3월 초까지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다행이 아직 이상징후는 없다고 하니 부디 건강한 아이로 퇴원해 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사랑한다..아가야....힘내렴.....